이번에 일본에 올 땐 제법 목적이 명확했다. 나의 목적은 관광이나 여행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학연수도 아니었다. 그저 친누나의 말 벗을 해주면서 여자 홀로 타국에서 사는 두려움에 대비한 안전장치로서의 역할이었다. 그런데 그게 단 2주 만에 어그러졌다. 긴급한 사정이 생긴 누나는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했고 나는 선택해야만 했다. 같이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뻐길 것인가. 당시에 내린 결정의 난이도는 무척 쉬웠다. 일단 장기 체류할 수 있는 신분과 생활 여건이 갖춰진 상태였고, 심지어 모든 제반 조건이 내 지갑에서 나간 것도 아니었기에 앞으로의 유지비만 감당하면 될 터 소속감을 가지고 하루빨리 돌아가야 할 숙명을 지닌 회사원도 아니고 교토의 이름 모를 아파트의 방구석에서도 충분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