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도 여지없이 해가 중천인 점심시간에 아파트를 나섰다. 사실 눈은 일찍 떴는데 방에서 뒹굴거리다가 나오는 해외여행에선 좀처럼 부릴 수 없는 사치스러운 행동 덕에 더 늦은 것도 있다. 전날부터 비가 오고 말고를 반복했었는데 이 날은 다행히 평소보다 구름이 조금 많이 끼었을 뿐 날씨 자체는 굉장히 화창했다. 딱히 목적지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가볍게 마실 나가는 느낌으로 점심을 먹기 위해 나왔다. 장기 여행을 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이 있는데 몸이 피곤한 것을 무시하다 보면 결국 대가를 치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애초에 피곤할 것 같으면 적당한 템포로 쉬어주는 것이 여행을 더 알차게 즐기게 해 준다. 이 날이 딱 그런 날이었다. 생각보다 몸은 무거웠고, 멀리 나가면 후회할 것 같은 그런 날. 내가 일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