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여행일지

홋카이도여행일지 4 (스스키노 지하상점, 삿포로 TV타워, 토구찌 라멘야)

선사마 2023. 7. 21.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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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도 여지없이
해가 중천인 점심시간에
아파트를 나섰다.
사실 눈은 일찍 떴는데
방에서 뒹굴거리다가 나오는
해외여행에선 좀처럼 부릴 수 없는
사치스러운 행동 덕에
더 늦은 것도 있다.
 
전날부터 비가 오고 말고를
반복했었는데
이 날은 다행히 평소보다
구름이 조금 많이 끼었을 뿐
날씨 자체는 굉장히 화창했다.
 
딱히 목적지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가볍게 마실 나가는 느낌으로
점심을 먹기 위해 나왔다.

장기 여행을 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이 있는데
몸이 피곤한 것을 무시하다 보면
결국 대가를 치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애초에 피곤할 것 같으면
적당한 템포로 쉬어주는 것이
여행을 더 알차게 즐기게 해 준다.

이 날이 딱 그런 날이었다. 
생각보다 몸은 무거웠고,
멀리 나가면 후회할 것 같은 그런 날.
 

 
내가 일주일 가량 머무는
아파트 숙소의 가장 큰 장점은
삿포로에서 가장 큰 시내인
스스키노와 도보로
단 10분 거리라는 점이다.
심지어 사진과 같이
스스키노로 가는 길엔
자연스럽게 삿포로 tv타워를
구경하며 갈 수 있다는
엄청난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위치 개꿀!
 
참고로 삿포로 tv타워는
동서남북으로 모두
시계 전광판을 볼 수 있어서
어느 방향에서든
시간 체크하기 너무 좋다.
 

 
이젠 집 앞 시장 같이 보이는
스스키노의 상점가는
몇몇 간판들을 이름까지 외울 정도로
많이 익숙해졌다.
하지만 갈 때마다
그 규모에 압도되는 건 마찬가지.
 

 
요즘 삿포로 여행을 온 사람들이면 
누구나 사진 찍고 간다는 '니카상'이다.
 
내 블로그엔 처음으로 올리는 사진인데
이 거리를 몇 번 왔다갔다했음에도
저 맥주할아버지 간판이
그렇게 유명한지 몰랐다.

유명해진 것이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닌 것 같고
별 의미가 있어 보이진 않아 보이는데,
다들 사진 찍으니까 나도 찍게 되더라..
역시 명소를 만드는 것은
역사보단 사람인 것 같다.
 

 
이쯤이면 구글앱의 음식 평점을
불신하는 수준이 되었을 때지만
그래도 외국인에게 맛집을 가려면 
어쩔 수 없이 의지하게 되는 것은
구글앱뿐이다. 쩝...

그렇게 찾은 라멘집이
'토구찌'라는 곳이다.
 
사실 일본인들도 배민이나 요기요 같은
배달 어플이 있는데
(Uber eats 같은..)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먹는 것에 진심인 여행객들은
구글앱보단 현지인 배달 어플의 평점을
참고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늦은 점심이어서 그런지
손님들도 별로 없고 한적해서 좋았다.
고객들도 일본인들 밖에 없어서
뭔가 기대하게 만드는 분위기였음.
 

 
너무 목이 말라서 콜라를 주문했는데
진짜 신선하게도 펩시콜라를 내줬다.
 
내가 일본 여행에서 알게 된 특이한 점은
일본인들에게 스마트폰은 아이폰이고
콜라는 코카콜라가
디폴트값이었다는 점이다.
 
특히 음식점에서 주문하는 콜라는
정말 과장 없이 9대 1 비율로
코카콜라를 내준다.

우리나라가 이상하리만큼
펩시에 관대한 것인지
일본이 이상하리만큼
코카콜라에 집착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날의 펩시콜라는
나에겐 제법 신선한 경험이었다.
 
보통 삿포로에 오면 먹는
대표적인 라면은
'콘 버터 라멘'이다. 
(버터 콘 라멘, 버터 옥수수 라멘,
옥수수 버터 라멘 등등
단어 조합은 아주 다양하지만
그게 그거다.)
 
참고로 신치토세 공항의
유명한 라멘코너 역시 '콘 버터 라멘'을
전면으로 내세울 만큼
이 지역만의 특산 라멘으로 밀고 있다.
 

 
하지만 난 미소라멘을 시켰지롱..ㅋㅋ
일본에 있는 동안
온갖 라멘을 다 먹어봤는데
튜닝 끝엔 결국 순정이라고..
미소라멘, 시오라멘이 가장 호불호 없이 
먹을 수 있는 라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스포지만 홋카이도 마지막 날에
콘 버터 라멘을 결국 먹었는데
이 날의 결정에 후회가 없는 것을 보면
내 생각이 틀린 것 같지 않다..)
 

 
맛을 평가하자면 그냥 독특함 1도 없는
누구나 맛을 예상할 수 있는 그런 된장라멘이다.

이 집이 평점이 좋을 수 있었던 점은
차슈의 상태가
굉장히 좋았다는 점인 것 같았다.
맛없는 라멘집의 차슈는
푸석푸석하거나, 식감 1도 없는 고기질감에
정말 심한 곳은
돼지 잡내까지 나곤 하는데,
이 집은 차슈상태가 굉장히 좋았다.
살짝 얇은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그만큼 크기가 컸기 때문에
크게 불만은 없었다는..!
 
다만 여전히 일본의 라멘은
한국사람 기준으론 짜기 때문에
(주관적인 기준이지만..!)
짠 음식에 민감한 사람은
라멘보단 소바 쪽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렇게 식사를 하고 스스키노를 서성거리며
또 마주치게 되는 니카상.
계속 보니 정이 들긴 한다.
 
그리고 내가 향한 곳은
'스스키노 지하상가'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홋카이도는
눈이 굉장히 많이 오는 지역이다.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적설량을 기록하는 곳이기 때문에
삿포로의 특징은
지하도와 지하상가가
굉장히 발달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하상가를 구경할 겸
지하로 내려갔다.

삿포로의 지하는
지하철 역을 통해서 가도 되고,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호텔이나 백화점에 들어가서
지하층으로 내려가면 입장이 가능했다.
(신기할 정도로 지하가 광범위하게 이어져있다.)
 

 
나는 스스키노 지하철 역을 통해서
들어갔기 때문에
이 쪽으로 온 김에
나의 사랑스러운 이코카 카드를 충전했다.
 
참고로 홋카이도에서도
관서지방에서 발행하는
이코카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코카 카드보단
스이카 같은 관동 지방의 카드를
더 자주 접하는 곳이다 보니
간혹 편의점 같은 곳에서 
이코카라고 하면
한 번에 못 알아듣는 점원이 있다.

그러면 '교통 ic카드입니다'라고
말해주면 바로 알아듣는다.
(일본어로 '코오츠 아이씨 카도 데쓰')
 

 
정말이지 끝이 없다.
시야의 끝까지 지하상점이 줄지어 있다.
마음만 먹으면 삿포로 역까지도
지하상점 구경하면서 도달할 수 있다고 하니
삿포로의 지하세계의 규모가 가늠이 안된다.

간단하게 생각해 보면 
눈이 발목까지만 쌓여도
걷는 것에 지장이 생기는데
평균이 무릎까지 오는 지역이니만큼
지하를 활용하는 도시설계는 당연할 것이다.
 

 
그렇게 한동안 지하세계를 탐방한 후에
밖으로 나오니
도통 어딘지 모르겠는 지역으로
나오고 말았다 ㅋㅋ
하지만 당황할 것이 없다.
왜? 삿포로엔 등대 같은 건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삿포로 tv타워는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방향감각을 상실했다 싶으면 
그냥 고개를 올려서 tv타워를 찾으면 됐다. 
그쪽으로만 가면 아는 길이 나오니까 ㅋㅋ
 
이 날도 그렇게 tv타워를 활용했는데
이왕 시간도 남고, 몸 컨디션도 괜찮으니
본격적으로 삿포로 tv타워를
구경하자고 마음먹었던 기억이 난다.
 

 
가까이 갈수록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놀랬다.
사실 삿포로정도 되는 규모의 도시의
랜드마크로선 너무 작고
낮은 게 아니냐는 게 내 생각이었는데
막상 코앞까지 가보니 
생각보다 거대해서 놀랬다.
 

 
타워의 바로 아래엔 
누가 맥주의 도시가 아니랄까 봐
야끼니꾸와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내 기억엔 가격도
상당히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분위기도 너무 복잡하지 않고
딱 맥주를 즐기기 좋은 분위기였어서
잠깐 고민했던 것 같다.
라멘을 안 먹었으면 앉아서 혼자
맥주 한 잔 즐겼을 것이다.
 

 
타워의 입구로 가면 엘리베이터가 바로 보인다.
예상을 못했던 구조였는데
대부분 전망타워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에
입장을 위한 매표대를
먼저 들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삿포로 tv타워는
대뜸 엘리베이터부터 
타라고하니 굉장히 당황했다.
정산을 안 하고 타자니
뭔가 무단탑승인 것 같고,
찝찝해서
1층의 기념품 상점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3층까진 무료고,
그곳에서 입장료를 내면
더 위로 갈 수 있다고 하셨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 도달하면
문이 열리자마자 전망대 입장료 고지가 보인다.

'어른이 천 엔..? 만원이라고..?'

순간 올라온 것을 후회했다.
그리 높지도 않아 보이는데
입장료를 이만큼이나 받겠다니..
 

 
속으로 전망대는 포기하기로 마음먹고 
3층 기념품 매장이나 대충 둘러보다가
돌아가려는데 한쪽 벽면을 보고
속으로 개꿀을 외치고 말았다.
 

 
기대하지도 않은 3층 전망이
생각보다 너무 좋았던 것이다.
물론 입장료를 내고
전망대로 올라가서 보는 전경은
이것보다 훨씬 시원하고 탁 트인 시야겠지만
나한텐 이 정도만으로 충분했다.
참고로 3층엔 레스토랑도 있으니
이 정도의 전경을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
레스토랑의 가격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전망대 가격 아끼는 셈 치고
식사를 하면 충분히 남는 장사라고 생각한다.
 

 
3층 음료수 자판기 옆에 
자신의 국적에
스티커를 붙여보라는 코너가 있었다.

한국이 두 명?..
중국이 0명?..
순간 신뢰도 급하락 ㅋㅋ
 
홋카이도는 정말 한국인이 넘쳐난다.
교토나 도쿄도 많은 편이지만
홋카이도는 길 가다가
아무 사람에게 한국말로 길 물어봐도
한국인이 대답해 줄 것 같을 정도로
한국인 관광객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짧게나마
삿포로 tv타워를 정복하고 내려왔다.
돈도 아끼고 생각보다 좋은 전망을 선사해 준
삿포로의 랜드마크에 감사를 표함..!
 

 
집... 아니, 숙소로 돌아온 후에
조금 뒹굴거리다 보니
금세 저녁시간이다.
너무 한 게 없는 날이라서
조금은 후회했었지만,
그래도 너무 편했기 때문에
쉬기로 한 것은 잘한 선택 같다.
 

 
전 날 Ario에서 사 온 고급진 소고기들을
냉장고에서 꺼내 먹기로 했다.
밥은 일본식 햇반을 사 왔는데,
정말 햇반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도저히 상대가 안된다.

고시히카리 품종을 사용하는 
일본의 햇반은
한국의 즉석밥에서 느낄 수 없는
최고 품질의 쌀밥을 선사한다.
 
여담이지만 일본의 쌀밥은 정말 맛있다.
밥솥이 더 좋은 것도 아니고..
도대체 왜일까?..
그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다.
 
물론 한국도 좋은 품종이 많고
쌀밥의 특성상 갓 지은 밥이면
맛이 없을 수 없지만
식당의 평균적인 쌀밥의 퀄리티를 생각해 보면
정말 말도 안 되게 맛있다.
내가 일본에 살았으면 이 쌀밥 때문에 
체중 10킬로는 더 쪘을 듯...
 

 
고기는 역시 비싼 만큼 제 값을 한다.
지금 포스팅하며 사진을 보는데도
침샘자극 장난 아니네..

요즘 한국에서 포켓몬빵에 이어서
편의점 대란을 일으키고있는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와 함께
식사를 즐겼다.
 

 
지극히 평범했지만
너무 편안하고, 평화로웠으며
행복했던 날의 기억으로 남아있는
홋카이도여행일지 4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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