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의 첫 아침은 2주가 지난 지금도
기억이 생생할 정도로 강렬했다.
미세먼지라고는 1도 없을 것 같은
깨끗한 시야의 맑고 청명한 하늘.
그리고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7월의 여름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초가을 기온의
기분 좋은 서늘함이었다.

모처럼 늦잠을 실컷 자고
숙소를 빠져나왔다.
이 날이 아마 한국에서는
장마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인들에게 연락하면
하나같이 비 때문에 나가기가 싫다고
아우성이었던 시기로 기억한다.
나는 뭔가 이득 보는 기분이 들었다.
이래서 더울 때 추운 곳으로
해외여행 가나 봐...

나의 홋카이도 여행의 첫 행선지는
정말 아무도 시도 안 해봤을 것 같은
'홋카이도 대학'이다.
일본의 최고 명문대 중 하나인
홋카이도 대학은
노벨상 수상자도 배출하였으며
해마다 연구성과는
.... 은 그냥 조사하다가 본 거고
단순하게
일본 명문 대학의 캠퍼스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홋카이도 대학은 캠퍼스가 아름답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다시 찾아보래도 못 찾을 것 같은
어느 블로거의 포스팅을 스치듯이 봤는데
홋카이도에 도착해서 생각이 나
나무위키에 검색해 봤더니,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발표한
'일본의 가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무료 관광지 랭킹 2013'에서
전국 6위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한다.
뭔가 병맛 같지만
신빙성이 느껴지는 랭킹이라
갑자기 가고 싶어 졌다.
그래서
갔지 뭐람..

한국의 대학들처럼 일본 대학교도
정문, 후문, 동문, 서문, 쪽문
뭐... 뚫린 게 입구였다.
그냥 구글맵 키고
제일 가까운 입구로 갔는데
뭔가 느껴지는 포스가 정문이다.
잘 얻어걸린 듯하다.
아님 말고.


날씨가 정말 너무 좋았다.
위 사진에선 햇빛 때문에
덥지 않았을까 하겠지만
햇빛이 따스하게 느껴질 정도의
기분 좋은 기온이었다.
딱 걷기 좋았다는..


입구에서 조금 걷다 보니
정말 멋진 공원하나가 나왔다.
지금 다시 봐도 예쁘다.
'중앙 녹지'라는 곳인데,
대학교 캠퍼스에
개울이 흐르다니..
개신기함...
일본의 유명 소설 '빙점'에서
여자 주인공이
이곳에서 독서를 자주 했다는
설정이 있었다고 한다.
(출처 : 나무위키)
그럴만하다.
내가 갔을 때에도 많은 시민과
학생들이 잔디밭에 앉아서
독서, 그림, 낮잠을
즐기는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

유치원 아이들은 심지어 여기에서
물놀이를 하더라는 ㅋㅋㅋ
유치원 선생님과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며 같이 노는 모습이
뭔가 천진난만하고
싱그러워 보여서
나까지 기분이 좋았다.


점심시간은 아니었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학생식당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지 ㅋㅋ
메뉴는 비교적 간단하지만
가격이 사기였다.
역시 한국이나 일본이나
대학교 학생 식당은 가성비가 미쳤다.
맛은..
뭐 그냥 쏘쏘.
가격이 반찬이라고
맛있게 먹은 것처럼
기억보정 되어있음.


캠퍼스를 거니는 내내
예쁜 건물들이 너무 많았다.
학생들이 사진 찍는 나를 너무 쳐다봐서
도중에 사진 찍기를 멈추었지만
딱 봐도 역사가 느껴지는 건물들이
매 블록마다 있었다.
이런 학교에서 연ㅇ.... 아니, 공부한다면
정말 낭만이 넘쳤을 듯.

교내엔 멋진 외관의 박물관도 있었다.
박물관을 좋아하는 나로선
그냥 지나칠 수 없었기에
예상치 못한 입장료를 지불할
각오를 하고 들어갔는데 무료였다.
개이득

대학 박물관 치고는 규모가 꽤 컸다.
3층 규모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안내 직원도 있어서
어디부터 봐야 하는지
친절하게 손짓도 해주셨다는.

그런데 미안하게도
기억에 남는 건 정작
이 곰밖에 없었...
사실 볼 것이 많은 박물관은 아니었다.
그냥 대충 대학의 역사와
각 학부가 어떤 연구를 하는지 정도를
간략하게 나열해 놨는데
1층만 보고 빠져나왔다.
당연히 한글 설명도 없고
내용도 너무 학문적이라 어려워서
조금 보다가 뭔가 흥미를 잃었다.

그렇게 박물관 밖을 나왔다.
생각보다 너무 재밌게 구경했다.
삿포로 여행을 계획 중인데
숙소가 삿포로역 근처이면
그냥 산책하듯 구경하면 후회 없을 코스다.
적극추천은 아니지만 그래도 추천함.
그다음 나는 곧바로
교내식당의 부실함을 메꾸기 위해서
열량 섭취를 하기 위해
시내를 검색하여
스스키노라는 곳으로 향했다.
스스키노는 도쿄를 기준으로
도쿄이북 지역 최대 번화가이다.
그 유명한 '닛카 위스키 간판'도 이곳에 있다.
함정은 나란 놈이
그런 정보를 하나도 숙지하지 않은 채
그냥 '맛집 몰려있는 삿포로 시내'로 검색하고
이곳을 찾았다는 것이다..
어이없쥬..?
지금 이 포스팅을 하며
느낀 것이지만
이 날의 사진이 정말 부실하다.
그냥 대충 시장 마실 나온 느낌으로
목표 없이 덕지덕지 찍어놓은 듯 한 이유가
바로 그러한 이유이다.
그래도 여기는 마치
내가 도쿄의 우에노마냥
마음먹으면 올 수 있는 위치라서
(다시 한번 나의 숙박 위치 능력 칭찬함)
다음 포스팅부턴
그냥 심심하면 나올 것이다.

사실 스스키노 시내의 이 상점가도
처음엔 '니조시장'인 줄 알고 찍어댔다..
멍청하기 짝이 없다는..
'아무리 봐도 시장분위기가 아닌데?'
하며 혼자 신나서 사진 찍으면서
'오.. 역시 니조시장 규모 쩔어..!!'
으이구..
멍충아..

하지만 놀란 것은 사실이다.
정말 끝이 안보일정도로
상점가가 늘어서있다.
사진은 한 장뿐이지만
중간에 도로가 2개나 더 있고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위 사진과 같은 상점가가 줄지어있다.
과연 일본의 북쪽을 장악한 유흥가답다.

약국 크기도 도쿄에 안 꿀림.
심지어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봤던
그 어떤 약국들보다 규모가 컸고..
심지어 이런 약국이 여러 개 있었다.
아무튼 내가 이곳에 간 목적은
저녁을 먹기 위해서니까
맛있게 생긴 스테이크 집이 있길래
간단히 평점 검색하고 들어갔다.

스테이크 집 이름이
'비프 임팩트'였나 그랬다.
한 끼 식사 가격으론 비싼 편이었는데
내 글의 어투(?)에서 볼 수 있듯이
정말 별로여서
입구 사진도 안 찍었던 곳이다..

사진만 보면 무슨
미슐랭 가이드 나와야 할 것 같은
비주얼이지만..
나같이 고기 좋아하는 놈이
남겼을 정도면 말 다했지..
다른 건 둘째치고 너무 질겼다.
미디움웰던으로 주문했는데도 이 정도면
웰던시켰으면 고무 수준일 듯..
구글 평점은 꽤 높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믿지 말자.
단호하게 말하는데
고기가 질깁니다..!!
저작능력에 자신감이 있는 사람만
가 보시길 권하겠다.

그렇게 이 날의 홋카이도 일정은 끝이 났다.
돌아오는 길에 찍은 야경 사진인데
이름 모를 강과 갤럭시 울트라 23의
훌륭한 후보정능력으로
밤이 밤 같지 않게 느껴지는 사진을 남기고
숙소로 돌아와 맥주 한 캔 마시고
꿀잠을 잤던 날이다.
홋카이도 여행 2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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