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여행일지

홋카이도여행일지 3 (Ario, 삿포로 맥주 박물관)

선사마 2023. 7. 13.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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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의 특이한 점이 있다면
새벽 3시 반만 되면 해가 뜨기 시작해서
새벽 4시면 아침이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잠을 생각보다 오래 못 자는데
올빼미 기질을 타고 난 나라서
아무리 일정이 빡세도
밤 12시 넘어서야 잠이 들고
날이 밝아서 일어나면 새벽 4~5시.
그리고 화장실 한 번 다녀오고
다시 자려고 하면 또 뒤척이느라
아침 6시쯤 잠에 다시들고
알람 없이 일어나면 점심이다.

홋카이도 여행을 정리한
사진첩을 보면 대부분 점심시간 직전에
그날의 일정이 시작된다.

그래서 오늘 포스팅도
점심부터 시작한다..
아마도 홋카이도 편은 대부분 그럴 듯..
하하


삿포로에 와서 처음으로
우중충한 날씨를 봤다.
사실 본격적인 일본여행을 시작한 이래로
날씨 운이 상당히 잘 따랐기 때문에
비 오는 날씨가 생각보다 더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날도 돈ㅈㄹ 함.
절대 대중교통을 타는 법을 몰라서
택시를 타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날씨가 구려서 탔다.
귀찮기도 하고.. 지하철 노선 보면서
긴장하는 것도 지쳤고..
뭐.. 그래요.
보통 블로그를 보면 이동 수단, 교통비, 경로
이런 팁을 써야 하는데
마음가짐부터 글러먹었....
(근데 뭐라 하는 사람도 없는데 왜 해명 중이지..?)

오늘의 목적지는
삿포로 하면 너무너무x100 유명한
'삿포로 맥주 박물관'이다.


전날 잠들기 전에
온갖 블로그를 다 살펴봤기 때문에
건물 외부만 봐도
심적 친근감이 작용해서
반갑다고 인사할 뻔


'엥?? 이건 뭐지?'

맥주 박물관 바로 옆에 뭔가가 있다.
이온몰도 아닌데 이온몰 느낌이 확 나는 게
나의 촉을 자극했다.
이건 무조건 들려야 하는 건물이라는 걸
직감하고 택시 기사 아저씨한테
다급하게 경로 수정을 부탁했다.

'기사님 저 쇼핑몰 입구에 세워주세요!'


여행지를 검색할 때
'어디 어디 바로 옆이다'라는 문구를 보면
나는 잘 믿지 않는다.
바로 옆이라고 믿고 갔다가
걸어서 10분 거리인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 버스로 한 정거장을
바로 옆이라고도 표현한 블로거 덕에
20분을 걸은 적도 있다.

'바로 옆'
'근처'
'꽤 가깝다'
'걸어가기 추천'

이런 말이 제일 무섭다.
안 믿어.

그런데 저 Ario라는 쇼핑몰은
맥주 박물관 진짜 바로 옆이다.
나처럼 삐뚤어져서 안 믿는 사람 있을까 봐
사진으로 증명함..! ㅋㅋ


정말 심봤다.
내부가 딱 이온몰이다.
내가 왜 이런 쇼핑몰을 좋아하냐면
식품, 쇼핑, 음식 모든 것을
합리적인 가격에
쾌적한 환경에서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쇼핑몰만 보면 환장한다.

이 날도 꾸리꾸리한 날씨 때문에
시내 나가서 점심밥 먹길 포기하고
관광이나 하자는 마음으로 향했는데
바로 옆에 이런 대형 쇼핑몰이 있었으니
내 마음이 어땠을까

지금도 흥분된다.


스타벅스 있다. 겜 끝이다.
이 쇼핑몰은 잘 나가는 곳임을
나에게 인증받음.
(참고로 커피 잘 안 마시는 1인)


ABC마트 세일하길래 여기서 20분 정도
놀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지. 이거야.
내가 굳이 찾지 않아도
안내판이 푸드몰을 보여준다.
너무 편해..


또.. 또 간판을 안 찍었다.
하지만 메뉴판을 찍어놨지. 후후

내가 간 곳은 1층에 위치한
'이키나리! 스테이크'이다.
(느낌표 써줘야 함. 상호가 저렇다.)

사실 저번에 스스키노에서 갔던
스테이크를 실패하고서
여길 갈까 말까 10분 정도 고민했는데
고기가 너무 땡겨서
한번 더 도박을 하는 느낌으로 도전했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삿포로에서 스테이크는
입도 안 대려고 했었다는..


코카콜라 덕후인 내가
난생처음 본 디자인의 콜라 캔이
나왔을 때부터 호감이었다.
수프도 같이 나왔는데 완전
소고기 뭇국 맛이다.
딱 그 맛임.
너무 좋고.


드디어 메인 스테이크가 나왔는데
안심과 히레가 반씩 섞인 메뉴를 주문했다.
'제발 질기지 말아 주세요'
속으로 3번 기도하고
완전 긴장하면서 한 입 했는데..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정말 대박이었다. 하나도 안질기고
간도 적당하면서 소고기의 풍미가 대단했다.
2주가 지난 지금도 기억에 뚜렷할 정도.
그래.. 북해도 소고기가 이 정도는 해야지..

이 글을 극한 우연으로
어쩌다 발견하신 분들은
여기 갈 수 있으면 무조건 가세요.

그렇게 맛있게 점심 식사를 하고
배부른 배를 부여잡고
1층을 돌아보는데


뭐지..?
이 끝이 보이지 않는 식품 코너의 크기는?


천국이란 이런 곳일까.
열흘은 삿포로에 더 있어야 하는데
마치 내 홈그라운드를 찾은 느낌이다.


고기 질이 좋다. 가격도 싸다. 고로 사야 한다.
3단 논법이 간단하게 성립한다.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
아파트 숙소를 구한 이유가
이제야 제대로 충족됐다.


식품 코너 옆에는 약국까지 있다.
스스키노 왜 감..
그냥 여기 오면 모든 게 해결된다.


그렇게 나의 천국에게 잠시 이별을 고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Ario를 빠져나왔다.


맥주 박물관 쪽 입구로 나오니
이상한 천막들이 세워져 있다.


삿포로 맥주 홀리데이라고
쓰여있는 것을 보니 주말에 열리는
맥주 페스티벌인 듯하다.

다른 때 같으면
'주말에 올걸..' 하며 탄식했겠지만
이 날은 날씨 때문이었는지 별로
아쉽지가 않았다.
그래도 이왕 이곳에 갈 여행객이면
주말로 일정을 맞추길 추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라는 표현이
이럴 때 쓰는 것일까.
걸어온 지 3분도 안되어서
맥주 박물관 입구에 도달했다.
배가 꺼지지도 않았는데 맥주 마시게 생겼네..


들어가자마자 코인 라커가 보인다.
예치금이 100엔이지만
찾아갈 때 돌려주니까 걱정 말고 이용하자.

흔히들 착각하는 게 있는데
'삿포로 맥주 박물관'과
'삿포로 맥주 공장'은
다르다.

박물관은 예약 없이 일찍 가면 되는데,
(4시에 맥주 시음이 끝나니까 4시 전에 가야 함)
맥주 공장은 견학 예약을 따로 해야 한다.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니까
그냥 내 뭣대로 갈 수 있는
박물관 프리관람으로 돌아다녔다.

참고로 관람료는 무료다.
그런데 무료라고 돈을 안 가지고 가면
평생 후회하니까 돈은 가지고 가자.
(난 분명히 말했어요.. 진짜 평생후회함.)


관람은 3층부터라고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된다.
사람이 많을 수 있어서 긴장했는데,
경이롭게도 엘리베이터를 나 혼자 탔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 부분..
아직까지 미스테리임..


3층에 가자마자 주조통?부터 시야에 들어온다.
구체적으론 모르겠으나
저 안에 든 것이 맥주 재료라는 것은 알겠다.


공장의 역사부터 시작하는
전형적인 회사 홍보센ㅌ..아니, 박물관이다.


그래 공장이 이렇게 생겼구나.
흐음..


흐음.. 그래 옛날 포스터들
당대 스타들만 찍을 수 있다는
맥주 포스터라서
나름 보는 재미가 있네.

하지만

나의 진짜 목적지는
다음 지점에 있었다.


내가 이 박물관을 오고 싶게 한
목표물이 눈앞에 펼쳐져있다.

'맥주 시음 코너'

대학시절 mt 버스를 싸게
대절하기 위한 방법으로
전북 완주에 있는
하이트 맥주 공장 견학 버스를
이용하곤 했었는데
갓 만들어진 맥주를 뽑아먹고
그 신선한 맛에
소름 끼쳤던 것이 기억에 생생하다.

그만큼 바로 만든 맥주는
전 세계 맥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데
이곳에서 안그래도 유명한 삿포로 맥주의
갓 태어난 신선한 녀석들을 마실 수 있다.
말이 필요 없다.

앞서 말했듯 이 녀석들을 마시려면
4시 이전에 와야 하고
지갑을 가져와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함 ㅋㅋ)


저기..
현기증 나니까
빨리 결제해 줬으면 좋겠네요..


1분이 1년 같았던 기다림 끝에
내 순서가 왔고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3종 테스팅 세트'를 샀다.

'천 엔이면 만원이니까 한 잔에 3천.. 아몰랑'


주문 자판기에서 뽑아온
매표를 이 분들에게 건네면
기가 막힌 실력으로 거품을 자아내며
잔을 채워주신다. 사랑합니다.


영롱한 자태의 3종 세트.

빛깔이 비슷해서 맛도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시원한 것은 당연하고
각 잔마다 맥주맛이 천차만별이다.
이 맛을 글로 설명할 자신이 없다..
그냥 맛있다. 이게 맥주지..!!!


생각 같아선 줄 한번 더 서서
사 먹고 싶었지만
단체 관광객 분들이 줄을 서계셔서
차마 한 번 더 사 먹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내 평생 이곳을 다시 와서
맥주를 마실 수 있을까.
약간 올라온 술기운에
아주 잠깐 동안 쎈치해졌던 게 기억난다.


그리고 다시 Ario로 향한 나는
기어코 눈여겨봤던 소고기 3팩과
신라면 두 봉지를 사들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비 때문에 탔다.
절대 귀찮다고 돈ㅈㄹ 한 것이 아님.
짐도 많고 비도 오잖아.
(나 왜 자꾸 해명하지..?)

어느덧 홋카이도 여행일지 3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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