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여행일지

홋카이도여행일지 5 (삿포로 신궁, 삿포로 팩토리, 풍월)

선사마 2023. 7. 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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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30분의 삿포로

앞선 포스팅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삿포로는 동이 굉장히 빨리 튼다. 
그 덕에 나의 바이오리듬은 
한국에서의 올빼미 습성을 넘어서서
해가 뜨는 것을 보고 자는 지경에 이르렀다.

11시에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켜고
영상을 조금만 보면 새벽 1시는 우습게 넘기고
깊게 잠들지 못한 채 잠깐 졸다가 일어나면
시계는 새벽인데 바깥 풍경은 이미 아침이다.
 
잠을 깊게 자지 못하는 게 하도 억울해서 
다시 억지로 잠을 청하는 것을 포기하고
체념하는 기분으로 저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삿포로는 그런 동네였다.
 

 
그렇게 아침이 돼서야 잠이 들고
평소같이 점심시간 즈음에 밖을 나서니
비록 사진은 우중충하게 찍혔지만
중간중간 파란 하늘이 섞여있는 좋은 날씨였다.
 
오늘의 목적지는 삿포로의 핫플레이스 중 하나인
'삿포로 팩토리'이다.

1876년 맥주 주조장으로 지은 건물을
현재 대형 쇼핑몰로 이용하고 있는데 
특이한 건물 구조와 풍경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여행지이다.

묵고 있는 아파트 숙소와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서
이 날은 직접 걸어서 가보기로 결정했다.
(웬일?!)

 

 
그렇게 20분쯤 천천히 걷다 보니
길 가던 사람들이 참배를 하러 들어가는
작은 신사 하나가 길가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설명문을 보니 다른 글자를 볼 것도 없이
'북해도 신궁'이라는
한자가 눈에 들어와서 검색을 해보니,
삿포로 추천 여행지에도 올라와 있는
나름 명소(?)였다.
 
'뭐지, 이 개꿀인 상황은?'
 
입구를 천천히 살펴보니
입장료를 받을 것 같지도 않고 해서
마음 편하게 입장했다.
 

 
입구로 들어가 보니
한눈에 모든 건물이 보일 만큼
당황스러울 정도로
아담한 규모의 신사가 눈에 들어왔다.
 
특이한 것은 참배객들이
신사의 중앙로에 서있는
동그란 지푸라기(?)를 통과하며
입장하는 모습이었는데
일본에 있으면서
꽤 여러 신사를 다녀봤지만
저렇게 입장하는 것은 처음 봐서
신선하게 다가왔다. 
 

 
신사답게 손 씻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꼭 우리나라 약수터같이 생겨서
간혹 관광객들이
비치된 바가지로 물을 마시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손만 씻는 곳이다.

뭐.. 물이 더러워 보이지 않고
내가 쪽팔린 것은 아니니까...
(그래도 이 글 보시면 그러지 마세요.. ㅋㅋ)
 

 
정말 소박한 신사이고, 
신사 옆에 기념품 건물이 하나 서있긴 하지만
굳이 찾아올 필요까진 없는 여행코스다.
혹여나 네이버 여행지 검색을 통해
방문 계획인 여행객들은 
애써서 오려하지 말고,
다른 여행지를 찾아보길 권한다.
 
아무튼 생각지 못한 신사의 발견과
점점 더 맑아지는 하늘을 보니 
기분이 한결 상쾌해졌다.
 

 
그렇게 한 10분 정도 더 걸었나?
드디어 '삿포로 팩토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 딱 봤을 땐 실망을 금치 못했는데
건물도 생각보다 작고, 평범했기 때문이었다.
 
'뭐야.. 이럴 거면 차라리 Ario를 한번 더 가겠다..'
 
하지만 이건 내가 삿포로 팩토리의 구조를
거의 모르는 상태로 갔기 때문이었는데
진짜 삿포로 팩토리를 보기 위해선
내부를 들어가서야 파악이 된다.
 

 
삿포로 팩토리는 여러 입구가 있는데
나는 위 사진과 같이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입구로 들어갔다.
(정확한 입구 명칭은 모르겠음..ㅋㅋ)
 

 
1층엔 식품가게가 들어서 있는데 
살 것도 없고, 별로 궁금하지도 않아서
그냥 무시하고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2층으로 올라가자마자
아주 세련된 폰트의 간판(?)이 반겨줬다.
(이 사진을 찍을 때 까지도
이곳이 도무지 왜
추천 여행지인지
도통 이해를 못 했던 1인..ㅋㅋ)
 

 
예상했던 풍경이라 놀라진 않았는데
드럭스토어와 잡화 코너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안내표지판을 봤는데..
 

 
'뭐지..? 1, 2, 3동은 뭐고
F동, R동은 뭐야???'
 
당혹스러웠다. 
그렇다.
건물이 하나가 아니었다.
총 3+2 (?) 개의 건물 전체가
'삿포로 팩토리'인 것이었다.
그리고 각 건물들이 이어져있었다.
이때부터였을까

호기심이 일어났다.
 

 
아까 봤던 안내도보다 더 직관적인
안내도를 건물과 건물을 이어주는
브릿지에서 발견했다.
 
대충 건물의 위치를 외우고
건너편으로 넘어갔는데
 

 
그곳엔 IMAX 영화관이 있었다. ㅎㄷㄷ
사실 일본에서 IMAX 영화관을 처음 봤다.
굉장히 신선한 기분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여행자 신분으로
해외여행을 하는 여행객들에게는
현지 영화관을 구경할 기회가
생각보다 적기 때문이다.

(심지어 도쿄에서도 영화관을 본 기억이 없다.)
 

 
이곳저곳을 다니니 정말 없는 게 없었다.
롯데리아, 편의점, 쇼핑공간 등이
다양하게 펼쳐졌다.
 

 
그렇게 건물 2개를 구경하고
다음 브릿지를 건너는 도중에
1자로 시원하게 뻗어있는 도로가
너무 싱그럽게(?) 느껴져서
사진 한 장 찍어주고
3동(기억이 정확하진 않다..) 쪽으로 
넘어갔는데..
 

 
'와... 이거 뭐지...?'
 
예상치 못한 놀라운 풍경에 
한동안 서서 구경만 했다.
 

 
천장이 투명하다는 것.
그래서 자연광이 들어온 다는 것이
공간을 얼마나 특별하게 만드는지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각 층 난간에 서서
사진을 찍고, 밑을 구경하기 바빴다.

아래층에는 푸드코트가 줄지어 있었고
중앙 광장(?)에는 이름 모를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바쁘지만 생기 넘치는 움직임이
내 시야를 사로잡았다.
 

 
아래로 내려와 보니
투명한 온실과 같은 분위기를
더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정말 너무 좋았다.
(몇 주가 지난 지금 다시 봐도
그때의 기분이 생각날정도로..)
 

 
일단 점심을 먹어야 했기 때문에
1층을 돌아다니다가 건물 안 쪽에서
'풍월'이라는
오코노미야끼 전문점을 발견했다.
다른 음식점과는 다르게
공간도 넓고, 사람도 비교적 적어서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결정..!
 

 
한국과 만찬가지로 
일본도 대부분 좌석마다 
키오스크가 달려있어서
주문할 때 진땀 흘리는 경우가
생각보다 적다.
어서 고르라는 직원의 시선도 없으니
느긋하게 파파고 돌리면서
메뉴를 정해도 되기 때문이다.
 
나는 오코노미야끼와 야끼소바,
가리비 구이를 주문했다.
(왜 그렇게 많이 시켰는지
지금 보니 이해가 좀 안 되네..)
 

 
한국인들이 오코노미야끼를 먹으러 가면
다들 한 번씩 눈치를 보게 되는데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재료만 가져다주면
자기들이 알아서 해 먹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들어 먹는 방법을 모르는 
외국인 입장에서 난감해질 때가 있는데
한 가지 팁이 있다면
(팁이랄 것도 아니지만..)
 
1. 외국인 티를 팍팍 내거나
2. 모르겠다고 하고 '해줘'를 시전 하거나
 
둘 중 하나의 행동을 하면 
친히 직원이 와서
숙련된 전문가의 솜씨로
맛있게 노릇노릇 구워주니까
걱정하지 말고 들어가자.
 

 
가리비구이와 야끼소바의 조합은
정말 진리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저 두 개만 먹어도 배부름 ㅋㅋ)
 

 
오코노미야끼를 굳이
찾아서 먹는 편은 아니지만
이 날은 너무 맛있게
잘 먹었던 것 같다.
 

 
그렇게 맛있게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밖으로 나오니,
해가 조금 더 서쪽으로
움직이면서 불과 한두 시간 전과는 다르게
평온한 느낌마저 드는 분위기가 되어있었다.
 

 
분위기를 조금 더 즐기기 위해
이름은 생각 안 나지만
참기름마냥 유독 고소하게 느껴졌던
우유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가지고
야외 좌석에 앉아, 한참 동안을 
숟가락 쪽쪽 빨아대면서
평온한 분위기를 즐겼다.
 

 
그렇게 다시 반대편 입구로 나가려는데
 
'이건 또 뭐야...'
 
엊그제 갔던 삿포로 맥주공장 부지가
눈에 들어오면서 
동시에 맥주행사가 열리는 것을
포착하고야 말았다.
무슨 말이 필요한가.

달리자.
 

 
맥주행사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삿포로 팩토리에서 밖으로 나와
잠깐 둘러서 건물 중앙 광장 쪽으로 
돌아들어가야 하는데
그렇게 가는 길이 정말 말도 안 되게
감성력 폭발하는 풍경을 선사해 줬다.
 
블로그라서 감히 올리진 못하겠지만
이곳에서 인생 독사진 몇 장 건졌다.
 

 
이쯤이면 인정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다.
삿포로는 맥주의 도시다.
그냥 맥주하나로 관광객들의 니즈를
완벽하게 충족시켜 준다.
 
조금 전까지 있었던 온실(?) 공간이 보이는데
안에서 봤을 때도 너무 좋았지만
밖에서 보면 또 다른 느낌으로 좋다.
거기에 날씨까지 도와주니 
이건 뭐...
 
북해도 아니, 삿포로 오길 잘했다..
도쿄에 있다가 왔다고
여기 너무 시골이라고 투덜거렸던 점
죄송합니다. 삿포로님.
 

 
삿포로 맥주 박물관에서 봤던 
그 트리오를 여기서 다시 볼 줄이야.
감격이란 단어는 이럴 때 쓰는 것 같다.

심지어.. 
단 100엔만 추가하면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는
스테인리스 컵을 준다고??
 
지갑 열자.
 

 
컵이 너무 탐나서 두 잔을 샀다.

두 잔에 2천엔

한 잔에 만원 꼴이란 소린데..
비싸긴 하지만, 맥주 공장에서 
만든 지 얼마 안 된 맥주를
기념품까지 합쳐서 즐기게 해 준다는데
이럴 때 돈 안 쓰면 나중에 후회함.
ㅇㅈ?
 

 
삿포로 맥주 두 잔과 함께 
이 날의 다음 사진이 폰에 없다.

잔뜩 기분 좋아져 가지곤
사진이고 뭐고 그냥 다 내던지고 
한참을 의자에 기대서

집중에서 듣지 않으면
알아듣질 못할 일본어로
사람들이 나누는
적당히 듣기 좋은 크기의 대화 소리와

시간이 갈수록 미세하게 붉게 물드는
하늘을 지붕 삼아 
꽤 오랫동안 공간을 즐기다
집으로 돌아왔다.
 
아마 이번 일본여행 통틀어서
제일 좋았던 날 top3에 들었다고
말할 수 있는

홋카이도여행일지 5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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