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여행일지

나는 여기서 뭘 하고있나

선사마 2023. 5. 19.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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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일본에 올 땐 제법 목적이 명확했다.
나의 목적은 관광이나 여행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학연수도 아니었다.
그저 친누나의 말 벗을 해주면서
여자 홀로 타국에서 사는
두려움에 대비한
안전장치로서의 역할이었다.
그런데 그게 단 2주 만에 어그러졌다.
긴급한 사정이 생긴 누나는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했고
나는 선택해야만 했다.
 
같이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뻐길 것인가.
 
당시에 내린 결정의 난이도는 무척 쉬웠다.
 
일단 장기 체류할 수 있는 신분과
생활 여건이 갖춰진 상태였고,
심지어 모든 제반 조건이
내 지갑에서 나간 것도 아니었기에
앞으로의 유지비만 감당하면 될 터
소속감을 가지고
하루빨리 돌아가야 할 숙명을 지닌
회사원도 아니고
교토의 이름 모를 아파트의 방구석에서도
충분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감사한 능력을 타고났기에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렇게 시작된 홀로서기였다. 
그리고 세 달이 지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뭘 하고있지?'
 
미치도록 일본의 밤 문화를
즐기는 것도 아니고,
하루하루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여행 경험을 쌓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고 있다.
한국에 있을 때와
별로 다를 것이 없는 행동양태다.
그나마 다를 것이라곤
한국에선 컴퓨터 앞에서 일을 하든,
게임을 하든 하루 12시간 이상을
앉아있었던 것에 비해
여기선 그래도 입식 생활이
60% 정도 더 늘어났다는 정도?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에서
호모사피엔스로 거듭나고 있는 기분이랄까)
 
뭐.. 구체적으로 되내어보면
바쁘게는 살고 있다.
어학원,
개인 업무,
무계획 여행,
친구 사귀기
등등...
 
그러나 결국엔 또다시
하나의 생각으로 귀결된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지?'
 
목적의식이 강한 사람은
언제나 다른 사람을 이끌곤 하지만,
그놈의 목적의식이 흐릿해서인지
여기에서 나는 매번
주변인에게 끌려가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주변인이 많은 것도 아님 ㅆ..)
목적이 필요한 시점이다. 
 
놀기만 하기엔 철이 들어버렸고,
공부를 하기엔 머리가 멍청해졌으며,
돈을 벌기엔 지금의 환경이 아깝다.
 
남은 건 뭐지... 
 
항상 이 부분에서
나의 대뇌가 활동을 멈춘다. 

지금 마침 일본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르세라핌이 나오고있다.
 
오늘도 난 결론내긴 글렀나 보다.
일단 티비를 좀 봐야겠다.
 
결론 다운 결론이 나오면
이 블로그에 적게 되겠지 뭐..
 
망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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