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주에서 나고
대부분을 전주에서 자랐다.
요즘이야 전국 어디든
맛집은 있기 마련이고
전라도 내에서도
맛없는 집은 널렸지만
그래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맛의 '평균치'는 높다는 점이다.
당장 전라도 사람이 다른 지방을 가면
음식으로 만족감을
얻기가 굉장히 힘들다.
맛이 있고 없고는 둘째치고
가장 큰 이유는
'간'이다.
아무리 맛있어도 간이 약하면
전라도 사람들은 힘들어한다.
그래서 간혹 타지에서 온 지인을
나름 전주의 맛집이라고 데려가면
음식이 짜다는 소릴 곧잘 듣는다.
이 이야기를 왜 꺼내냐면..
일본 음식이 대부분
짜기 때문이다.
전라도 사람인 내가
짜게 느낄 정도면
한국인의 대부분은
짜다고 느끼지 않을까 싶다.
내가 자주 가는 교토의
한 라멘집 사장님도 똑같은 소릴 한다.
'한국 분들이 가끔 음식이 짜서 남길 때가 있어요 ㅎㅎ'
(그런데 님은 돼지같이 잘 쳐드셨네요 ^^..)

어학원의 동생들도 비슷한 말을 한다.
일본음식이 너무 짜다고..
일본어 선생님이 나름 분석하시기를
일단 일본은 기본적으로
'간장'간을 하기 때문에
소금간보다 짠미가 오래가고 강한 점.
일본은 msg의 고향 답게
대부분의 음식에 msg를
대량으로 쓰기 때문에 맛이 강하다.
정도..?

유학생들이 일본의 짠맛을 오래 못견디고
한국식료품을 찾아 헤매는걸 볼 때마다
나도 비록 가끔 한국음식이 땡겨서
미쳐돌아버릴 것 같은 날이 있긴하지만
그래도 나는 어느정도
일본음식만으로 잘 버티는 셈이라 생각했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전라도 전주 태생이었기에
간이 쎈 음식에 익숙한 편이고
개인적으로도 음식을 짜게 먹는걸
즐겨하기 때문이랄까.
그런데 나도 드디어 오늘
일본의 짠맛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나름 유명한 돈카츠 집에서
로스카츠를 주문해 먹었는데
위 사진에 있는 미소국이
나의 혀를 마비시키고야 말았다.
놀라서 허겁지겁 쌀밥을
우걱우걱 먹었으나
그 특유의 짠 내가 잊히지 않았고
심지어 소금이나 간장이라곤 눈곱만큼
들어가 있을 것 같은
돈카츠마저 짜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증상은
지금 이 새벽까지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사실 저녁에 저 돈카츠를 먹은 입을
헹구고싶어서 편의점에 들러
지금까지 몇 달간 쭉 맛있게 먹었던
야끼만두도시락을 하나 까먹었는데
맙소사...
이것마저도 이젠 짜게 느껴졌다.
짠 음식에 대한 신경세포가
발작을 하고 말았달까..
심리적으로 무슨 증후군(?)이
발현된 느낌이다.
지금까지 일본의 짠 내를
인식하지 않았던 나였는데...
부디 내일은 다시 평상시의
내 혀로 돌아왔으면 한다.
솔찍히 좀 겁이 난다.
내가 여기서 최고로 즐기는 것은
맛집 탐방인데
나만의 큰 즐거운 카테고리가 삭제될까 봐..
부디 예민해지지말자.
갑자기 어학원의 동생하나가 했던 말이
문득 생각난다.
'일본 짠맛을 한번 신경쓰기 시작하면
음식 스트레스가 시작돼요..'
.............
........
A c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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