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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시야마 대나무 숲

보통 나는 어딜 가겠다고 생각하면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교통이다. 누구나 그러겠지만 외국인으로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일 수밖에 없는 게 교통이 불편하면 단순히 몸만 피곤한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상당히 괴롭다. 엄마 찾아서 울어도 알아듣는 사람이 없으니까.. 교토 근교에 갈만한 곳이 있나 급하게 찾아보다가 눈에 들어온 곳이 아라시야마 였다. 아라시야마는 교토역에서 30분 거리에 있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나무 숲이 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네 출발! 일단 아라시야마 대나무숲을 향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것이 사가노 토롯코 열차였다. 대나무 숲까지 산길을 올라가는 이 열차는 풍경이 유명해서 아라시야마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꼭 타보길 추천한다..! (사실 걸어서 가긴 너무 힘들다.. 반강제적임) 토롯코 열..

옛 회사 후배와 추억을 나눈 밤

갑작스레 연락을 받은 것은 지난주 목요일이었다.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해져 가고 있는 삭막한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매일 아침 무겁디무거운 정장을 전투복마냥 갖춰 입고 하루하루를 나와 전우처럼 함께 했던 옛직장 후배 현석(*가명)의 연락이 온 것이다. '선 대리님 저 교토 출장 가요! 하루 밖에 못 있지만 술 한잔해요!' 회사를 그만둔 뒤에도 연락은 쭉 하고 지냈지만 그에겐 여전히 난 대리다. 얼굴을 본 지가 정말 오래되었다. 한국에서도 잘 못 봤던 옛 동료를 일본에서 보게 되다니,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오기로 한 일요일, 나는 평소보다는 조금 더 신경 써서 옷을 입고 간사이 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다. 내가 일본에 입국할 때만 하더라도 공항이 그리 붐비진 않았는데 코로나에서 점차 해방되고, 해외여행이 ..

오사카 나들이

오늘은 하루 종일 일정이 없었다. 어학원도 안 가도 되고, 장 볼 것도 없고, 집안일도 없고, 약속도 없고, 돈 벌 일도 쉬는 날.. 그야말로 텅 빈 날이었다. 그래서 벼르고 있었던 오사카 여행을.. 아니, 나들이를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다시 한 번 생각하지만 교토란 동네는 여러모로 참 편하다. 관서지방의 인터체인지 느낌이랄까. 고베, 나라, 오사카 마음만 먹으면 1시간 이내에 모두 갈 수 있으니.. 오사카역에 도착하면 바로 그랜드 프론트 오사카 건물이 보인다. 예전에 일본 여행할 때 정말 자주 놀았던 곳인데 혼자서 놀 곳은 아니다. 한국으로 따지면 혼자서 롯데타워나 아모레퍼시픽 건물 들어가는 그런 느낌이랄까 무튼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다는 요도바시 우메다점 일본에 거주하는 내내 요도바시를 끼고 사니까 ..

일본에서 생일을 맞이하다.

평소답지 않게 늦잠을 자버렸다. 평소가 아니라서 그랬던 걸까 5월 30일 이번 년에도 어김없이 내 생일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기어코 또 한 살이 추가되다니.. 생일을 챙기는 나이는 한참 지났지만 한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혼자 맞이하는 생일은 무언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뭐랄까.. 무튼 좀 그런 게 있다. 하지만 자는 사이에 와있는 친구들의 축하카톡과 모닝콜 겸 걸려온 가족의 축하 전화로 심히 우려했던 찐따같은 아침을 피할 수 있었고, 오히려 반대로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내가 다니는 어학원은 지각하면 무조건 다음 수업을 들어야 한다. 그룹을 지어 대화를 하는 수업이 주이기 때문에 도중에 합류하면 수업의 흐름이 깨지기 때문이다. 집을 나서자마자 택시를 잡아탔다. 참나.. 일본에서 택시라니...

도다이지(とうだいじ) 다녀왔습니다.

아침부터 날씨가 꾸물꾸물하다. 아침에 아버지한테 걸려온 전화너머엔 빗소리도 같이 들을 수 있을만큼 한국도 비오는 날씨가 이어지나보다. 어제 하루 종일 집에서 일만 해서 인지 오늘은 그냥 어디로든 나서고 싶었다. 우중충한 날씨가 잠시나마 머뭇거리게 했으나 목적지를 도다이지로 정한 순간부턴 비 오는 분위기를 보여줄 사슴공원이 떠올랐고 오히려 좋아 자자 출발하자구. 3단 우산 하나 가방에 우겨넣고 교토역으로 향했다. 잠시나마 복잡한 기차 말고 버스를 탈까 하다가... 참았다.. 1시간은 못버팀... 아니 안버팀 ㅋㅋ (딱히 기차가 복잡하지도 않다. 교토역에서 나라역까지 30분이면 간다.) 기차타고 가다가 발견한 무지개 졸다가 발견해서 정신없이 찍느라 초점도 안맞네... 나라역에 도착하고나서부터는 비걱정은 안해..

일본 음식이 점점 물리기 시작한다.

나는 전주에서 나고 대부분을 전주에서 자랐다. 요즘이야 전국 어디든 맛집은 있기 마련이고 전라도 내에서도 맛없는 집은 널렸지만 그래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맛의 '평균치'는 높다는 점이다. 당장 전라도 사람이 다른 지방을 가면 음식으로 만족감을 얻기가 굉장히 힘들다. 맛이 있고 없고는 둘째치고 가장 큰 이유는 '간'이다. 아무리 맛있어도 간이 약하면 전라도 사람들은 힘들어한다. 그래서 간혹 타지에서 온 지인을 나름 전주의 맛집이라고 데려가면 음식이 짜다는 소릴 곧잘 듣는다. 이 이야기를 왜 꺼내냐면.. 일본 음식이 대부분 짜기 때문이다. 전라도 사람인 내가 짜게 느낄 정도면 한국인의 대부분은 짜다고 느끼지 않을까 싶다. 내가 자주 가는 교토의 한 라멘집 사장님도 똑같은 소릴 한다. '한국 분들이 ..

후시미이나리 신사 산책

후시미이나리 신사(ふしみいなりたいしゃ) 내가 이 신사를 처음 갔을 때가 2016년 여름 즈음이었나. 교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청수사(기요미즈데라)를 꼽곤 하지만 사실 개인적으로 내 뇌리에 가장 강렬하게 남는 곳은 후시미이나리다. 보통 목조 건축으로 이루어진 신사들이 많다보니 신사하면 대부분 나무색(?)같은 무채색이 떠오른다면 후시미이나리만큼은 강렬한 다홍색이 입구부터 나를 압도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사실 오늘 아침부터 어디론가 돌아다니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딱히 갈 곳을 못정했다. 청수사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싫고, 금각사는 너무 멀고.. 이것저것 다 배제하니 남은 곳이 여기더라 일부로 관광객이 빠질 시간에 맞춰서 느즈막히 갔는데 나이스한 판단이었던 것 같다. 수많은 블로그에서 봤..

나는 여기서 뭘 하고있나

이번에 일본에 올 땐 제법 목적이 명확했다. 나의 목적은 관광이나 여행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학연수도 아니었다. 그저 친누나의 말 벗을 해주면서 여자 홀로 타국에서 사는 두려움에 대비한 안전장치로서의 역할이었다. 그런데 그게 단 2주 만에 어그러졌다. 긴급한 사정이 생긴 누나는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했고 나는 선택해야만 했다. 같이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뻐길 것인가. 당시에 내린 결정의 난이도는 무척 쉬웠다. 일단 장기 체류할 수 있는 신분과 생활 여건이 갖춰진 상태였고, 심지어 모든 제반 조건이 내 지갑에서 나간 것도 아니었기에 앞으로의 유지비만 감당하면 될 터 소속감을 가지고 하루빨리 돌아가야 할 숙명을 지닌 회사원도 아니고 교토의 이름 모를 아파트의 방구석에서도 충분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억으로 간직하긴 아까운 나날들의 기록

평범한 사람이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보낼 때 가장 아쉬운 것이 기록이더라. 그만큼 난 내 기억력을 신뢰하지 않는다. 메모하는 습관이 없는 사람은 아니지만 메모 가지고는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제법 평범한 삶을 살고 있던 내가 일본이라는 타국에서 홀로 고군분투 중이다. 평범한 사람이 감내하기엔 자못 버거운 일상이 매번 생소하기도 하면서 벅차다. 이런 일상을 먼 훗날 기억이란 휘발성 강한 저장 공간에만 담아두기엔 아쉬워서. 그래서 기록을 시작해 보려 한다. 뭐.. 이미 이러한 일상이 3달이나 지났고, 앞으로 고작 두 달 정도밖에 안 남았지만 그래도 더 늦기 전에. 한 장면이라도 더 뚜렷하게 기억할 때 기록하자. 서론은 여기까지 하고.. 여름의 길목에 교토라는 곳에서 나는 매일 사투를 벌이고 있다. 교토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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